국립중앙박물관, 몽골 최대 흉노 무덤 발굴 마무리… 로마계 추정 유리잔·낙랑 닮은 은장식 등 413건 출토

(몽골=하이몽골리아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이 몽골 연구기관들과 함께 4년 동안 진행한 몽골 최대 규모 흉노 무덤 발굴조사를 마무리했다. 무덤에서는 로마 유리로 추정되는 유리잔과 평양 낙랑 무덤 출토품과 닮은 은제 말 장식 등 유물 413건이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함께 2023년부터 진행한 몽골 동부 도르릭 나르스 유적 160호 무덤의 발굴조사를 마쳤다고 6일 밝혔다. 160호는 몽골에서 확인된 흉노 무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박물관은 이처럼 높은 수준의 유물이 몽골 동부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흉노는 기원 전후 몽골 초원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동부를 호령한 유목 제국으로, 고조선·낙랑 등 한반도 고대 사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흉노를 이해하는 일이 한국 고대 문화의 형성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1997년부터 30년 가까이 몽골 초원을 조사해 왔다. 이 성과는 지난 7월 도르릭 나르스를 비롯한 흉노 무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밑거름이 됐다.
가장 주목되는 유물은 말을 꾸미던 은제 말 장식(말띠드리개)이다. 얇은 은판을 두드려 표주박 모양으로 만든 이 장식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평양 석암리 219호 무덤 등 낙랑 무덤 출토 장식과 비슷하다. 다만 가운데에 수정을 박아 넣었다는 점이 다르다. 함께 나온 둥근 금 장식도 수정 아래에 금박과 붉은색·파란색 물질을 받쳐, 투명한 수정 너머로 빛과 색이 은은하게 비치도록 했다. 이런 장식이 흉노 무덤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한나라와 로마의 흔적도 함께 나왔다. 널 바닥에 겹쳐 놓인 옥 15점은 한나라의 장례용 옥인 옥벽(玉璧)을 본떴지만, 둥근 원판 모양의 전형적인 옥벽과 달리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표면에 정교한 문양을 새겼다. 한나라의 장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형태를 새롭게 바꾼 것으로 보인다. 손잡이가 달린 투명한 유리잔은 로마 제국 지역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어, 박물관은 성분 분석으로 제작지를 밝힐 예정이다.
160호 무덤은 남쪽으로 뻗은 무덤길까지 합하면 길이가 약 73m에 이른다. 흉노 사람들은 땅을 계단 모양으로 깎아 내려간 뒤 아홉 차례나 돌무더기를 쌓아 무덤을 메웠다. 조사단은 지하 14.5m까지 쌓인 돌을 걷어내며 흉노 최상위 계층 무덤의 구조를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했다. 중심부 바로 위에 묻은 옻칠한 마차는 무덤 주인의 높은 신분을 보여준다.
거대한 겉모습과 달리 무덤 주인을 묻은 중심부는 작고 얕았다. 중심부는 나무로 짠 덧널을 두 겹으로 두르고 그 안에 널(관)을 둔 구조로, 무덤 바닥까지 전체 깊이가 약 14.5m였다. 비슷한 규모의 몽골 중부 흉노 무덤이 22m 깊이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박물관은 160호 무덤이 만들어진 기원후 1세기 후반~2세기가 흉노의 세력이 기울던 시기인 만큼, 축소된 중심부가 당시 흉노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널 안에서 수습한 치아와 머리카락의 DNA를 분석해 무덤 주인의 성별과 나이, 주변 배장묘(딸린 무덤)에 묻힌 사람들과의 관계도 밝힐 계획이다.
발굴이 한창이던 8월 21일에는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다. 몽골 대통령이 발굴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렐수흐 대통령은 “한-몽 공동학술조사는 두 나라와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우의와 협력을 보여주는 뚜렷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출토 유물은 올해 안에 한국으로 옮겨 보존처리와 과학적 분석을 진행하며, 이 과정에 몽골 연구원 2명도 보존 연수생으로 참여한다. 발굴 전 과정을 3D로 기록한 자료는 디지털 콘텐츠로 만든다. 박물관은 조사 성과를 6~7일 제50회 한국고고학회 전국대회에서 처음 공개하고, 종합 연구를 거쳐 발굴조사 보고서로 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