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비엔날레 몽골관 : 몽골, 제국의 잔여를 현재로 호출하다

by | 2026-04-20 | 국제, 문화/스포츠/이벤트

베니스 비엔날레 공식 포스터

(몽골=하이몽골리아뉴스) 2026년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몽골관이 “Entanglements: Connectivities Across Borders”를 주제로 오는 5월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몽골관은 국가 정체성이나 영토, 문화적 상징 등 기존의 재현 방식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난다. 대신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며 형성된 관계망—제국, 무역, 외교, 이동이 축적해온 시간의 층위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총괄 큐레이터 우란치멕 출템(Urantsetseg Tsolmon)과 공동 큐레이터 토마스 엘러(Thomas Eller)는 몽골을 하나의 기원이 아닌, 다양한 흐름이 교차하는 결절점으로 이해한다. 이들의 큐레이션은 역사를 단순히 재현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층위가 충돌하고 재배열되는 비선형적 역사 인식을 제안한다.

전시에는 노민 볼드(Nomin Bold), 게렐후 간볼드(Gerelkhuu Ganbold), 투굴두르 욘돈잠츠(Tuguldur Yondonjamts), 도르즈데렘 다와(Dorjdelem Dava)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각기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이들의 작업은 경계를 해체하고 존재의 재배치를 시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인간과 비인간, 물질, 기억, 신화가 뒤섞이며 복합적인 생태계를 형성하는 이들의 작업은 동시대 미술의 포스트휴먼 담론과 맞닿는 동시에, 몽골 샤머니즘적 세계관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전시 장소로 베니스가 선택된 데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여정을 통해 몽골 제국과 연결되었던 곳이 바로 베니스다. 이번 전시는 그 역사를 낭만적으로 복원하는 대신, 과거 제국의 네트워크를 오늘날의 분절된 세계와 병치하며 질문을 던진다. 국경의 강화, 지정학적 긴장, 공급망 재편 등 동시대 글로벌 현실 속에서 ‘연결은 언제 권력이 되고, 언제 가능성이 되는가’라는 물음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괄 주제인 “In Minor Keys”는 거대 서사 대신 미세한 감각과 주변의 목소리에 주목한다. 몽골관의 방향성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깊이 공명한다. 전시에서 연결은 거대한 이야기로 드러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흐름, 감각의 잔향, 물질의 이동, 관계의 미묘한 진동으로 나타난다.

이번 프로젝트는 Blue Sun Contemporary Art Center와 The Biennale Foundation of Mongolia을 중심으로, 한국의 협력 파트너들과 함께 추진됐다. 특히 서세승이 이끄는 협력이 주목된다. 이 구조는 단순한 국가관 운영을 넘어, 국가 중심 전시에서 네트워크 중심 생산 구조로의 전환, 아시아 내부의 비서구 협력 강화, 예술을 통한 소프트 파워 재정의 시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과 몽골의 협력은 기존 중심-주변 구조를 넘어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적 축을 실험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몽골관은 과거를 재현하는 대신, 과거의 잔여—흐름, 흔적, 미완의 연결—을 현재로 소환한다. 연결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이라는 것이 이번 전시가 제안하는 핵심 조건이다.

전시는 2026년 5월 9일 개막해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광고문의/기사제보 : himongolianews@gmail.com